미래형 도시브랜딩 이야기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작은 어촌 마을이 세계적인 미래 도시로 변신하기까지, 두바이의 여정은 짧지 않았습니다. 많은 도시가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지만, 두바이처럼 대담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도시브랜딩을 구축해낸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특히 두바이는 초대형 이벤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단기간에 글로벌 인지도를 높였고, 이 과정에서 도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명확하게 정립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단순히 건물을 짓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차원을 넘어, 두바이는 이벤트를 통해 두바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꿈과 미래, 가능성의 상징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초대형 이벤트가 어떻게 한 도시를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는지, 두바이의 사례를 통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도시 이미지를 재설계한 초대형 이벤트
두바이는 초대형 이벤트를 도시 마케팅의 핵심 수단으로 삼은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과거의 두바이는 석유 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전형적인 중동 국가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석유 고갈 가능성을 예견한 지도자들은 일찍이 경제 다변화 전략을 세웠고, 그 중심에 관광, 금융, 물류, 그리고 브랜드로서의 '두바이'를 세우게 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초대형 이벤트를 통한 글로벌 인지도 확보였습니다.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오픈 행사부터 시작해, 매년 열리는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 두바이 에어쇼, 월드컵 경마대회 등은 두바이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2020년 두바이 엑스포는 이 도시의 전략이 정점을 찍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박람회 개최를 넘어, 두바이는 이를 통해 미래 도시라는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엑스포 준비 과정에서 연결의 정신을 주제로 삼아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고, 스마트 시티, 지속 가능한 개발, 혁신 기술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두바이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이벤트 개최가 아니라, 두바이라는 공간을 세계 시민 모두가 함께 꿈꿀 수 있는 미래형 플랫폼으로 인식하게 만든 데 의의가 있습니다.
도시를 넘어 브랜드가 되다
두바이는 이벤트를 단순한 흥행 수단이 아니라, 상징적 자산으로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의 건설은 단순히 높은 건물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두바이의 도전 정신과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두바이 몰, 팜 주메이라 인공섬 프로젝트 역시 상업적 성공 외에 세계 최초,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통한 인식 확장이 목표였습니다. 초대형 이벤트 또한 이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이벤트 개최를 통해 한순간의 관심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깃거리와 상징성을 부여함으로써, 두바이는 사막의 기적, 인류의 미래 도시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각 이벤트는 단순한 개최가 아니라, 철저하게 두바이의 비전과 연결되어 설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두바이 엑스포는 스마트 모빌리티, 친환경 기술, 글로벌 협력과 같은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으로 활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두바이 브랜드의 영속적 자산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는 도시브랜딩에 있어 상징 자산 구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초대형 이벤트 이후를 설계하다
초대형 이벤트를 통한 도시브랜딩은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이벤트 종료 이후의 지속 가능성은 늘 중요한 과제입니다. 두바이는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엑스포 부지였던 디스트릭트 2020은 엑스포 종료 후에도 스마트 시티로 전환되어 스타트업, 혁신 기업, 연구기관 등을 유치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또한 두바이는 지속 가능성과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이벤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도시의 매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르즈 칼리파 주변 지역은 단순한 랜드마크로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문화예술 행사와 글로벌 포럼을 개최함으로써 생동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두바이 미래재단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블록체인, 지속 가능한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선도하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바이는 초대형 이벤트를 단발적 성과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이를 토대로 장기적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도시브랜딩이 단순히 한순간의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두바이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두바이는 이벤트 도시가 아닌 미래를 실현하는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