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를 벗어나야 보이는 스페인이 본모습, 톨레도
스페인은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처럼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대도시들이 중심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진짜 매력은 오히려 작은 도시들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역사와 문화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더더욱 스페인의 소도시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건축 양식, 중세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거리, 지역마다 다른 음식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이곳들은 현대적인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유럽의 고전적인 풍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현지인의 삶과 역사적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어 한층 더 깊은 여행이 가능합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남서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톨레도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곳은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가 공존했던 '삼종교의 도시'로도 불리며, 실제로 도심을 걸으면 고딕 양식의 대성당과 이슬람풍의 아르무데나 문, 유대교 회당이 함께 존재하는 독특한 도시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톨레도 대성당은 스페인 고딕 건축의 정수로 불리며,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섬세한 조각들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경외심을 자아냅니다. 톨레도 전경을 조망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미라도르 델 발레'라는 전망대입니다.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 도착하면 도시 전체가 성곽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펼쳐지며, 석양 무렵에는 붉게 물든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톨레도는 중세 무기와 갑옷의 본고장으로 유명해 다양한 박물관과 수공예 상점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며, 도시 곳곳에 배어 있는 오래된 흔적들은 역사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황금빛 석조 도시에서 배우는 유럽의 학문, 살라망카
스페인 중부의 고도(古都) 살라망카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살라망카 대학이 있는 곳입니다. 13세기부터 이어진 대학의 전통은 지금까지도 도시 전반에 학문적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대학 본관 건물의 정문을 장식한 복잡한 부조와 정교한 조각은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주로 현지의 황금빛 석회암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햇볕이 비칠 때 도시 전체가 따뜻한 금색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냅니다. 살라망카 대성당은 구(舊)성당과 신(新)성당이 나란히 붙어 있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건축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각 시대별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역사 교과서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줍니다. 또 다른 명소인 마요르 광장은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보다 훨씬 여유롭고 조용하며, 현지인들이 일상처럼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풍경이 이 도시만의 매력을 완성해줍니다. 밤이 되면 광장 전체에 조명이 켜지며 낮과는 또 다른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러한 살라망카의 풍경은 여행자에게 단순한 관광 이상의 깊은 울림을 전하며, 학문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진짜 유럽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문화 도시, 발렌시아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발렌시아는 흔히 스페인 제3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고대 로마 유적부터 현대적인 예술 공간까지 시공간이 뒤섞인 흥미로운 도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 중심에는 발렌시아 대성당과 로자 데 라 세다(비단 거래소) 등이 있으며, 이 두 곳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습니다. 반면, 도시 외곽에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예술과 과학의 도시(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가 자리하고 있어 현대 건축과 예술의 절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천문관, 해양관, 예술극장 등으로 구성된 이 복합 문화 공간은 마치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하며, 역사적인 공간과 극적인 대조를 이룹니다. 또한 발렌시아는 스페인 전통 음식인 '파에야'의 본고장이기도 해 현지에서 직접 맛보는 진짜 파에야의 풍미는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을 선사합니다. 역사와 미식, 예술과 현대 기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 도시의 매력은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담기 어렵지만, 그만큼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기억되기에 충분합니다.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번쯤 꼭 들러볼 만한 도시들입니다.